퍼스트 리폼드 신앙의 실존적 위기, 환경 파괴에 대한 책임, 내면의 구원과 파멸
폴 슈레이더 감독의 영화 『퍼스트 리폼드(First Reformed)』는 겉으로는 고요한 목회자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죄와 구원, 신앙과 고통, 환경 파괴와 실존적 회의가 격렬하게 충돌합니다. 이 영화는 에단 호크가 연기한 주인공을 통해 실존철학과 생태 윤리, 도덕적 선택이라는 철학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퍼스트 리폼드를 신앙의 실존적 위기, 환경 파괴에 대한 윤리적 책임, 내면의 구원과 파멸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신앙의 실존적 위기
주인공 토일러 목사는 작은 개신교 교회를 홀로 지키는 인물로, 아들의 죽음과 이혼 이후 신앙적 위기에 빠진 상태입니다. 그는 여전히 설교하고 예배를 집전하지만, 내면은 공허함과 자기혐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신과의 관계는 침묵 속에 남아 있고, 그는 묻습니다. “내 기도는 듣고 계신가요?” 이는 키에르케고르의 실존주의적 신앙 개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키에르케고르는 진정한 신앙이란 불안과 고통, 모순 속에서도 하나님 앞에 홀로 서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엘러는 절망 속에서야 비로소 하나님 앞에 진정으로 서게 됩니다. 그 절망은 바로실존의 본질적 조건이며, 영화는 이를 적막한 화면과 일기 형식의 나레이션으로 조용히 전달합니다.
환경 파괴에 대한 윤리적 책임
영화의 전환점은 청년 마이클의 죽음입니다. 그는 환경운동가였고, 절망에 빠진 채 목사에게 “아이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하는 게 옳다고 보십니까?”라고 묻습니다. 이 장면은 생태윤리학의 핵심 질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대의 종교는 얼마나 진정으로 자연과 생명에 책임을 지고 있는가? 토엘러는 기존 대형 교회의 기업 후원에 반발하며 생태 파괴 문제에 천천히, 그러나 확고하게 몰입합니다. 그는 단순한 목회자에서 윤리적 실천의 주체로 변화해 가며, 영화는 개인의 각성이 어떻게 체제 비판으로 나아가는지를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내면의 구원과 파멸
영화의 후반부에서 코엘러는 극단적 선택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성전에서 그를 기다리던 여성 ‘메리’와 눈을 마주치며 우리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는 단순한 로맨스의 가능성이 아니라, 파멸 속에서 피어난 미약한 인간 구원의 빛을 암시합니다. 이 결말은 신학적으로 해석하면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인간의 응답이기도 하며, 실존적 시각에서 보면 죽음이 아닌 타자를 통한 자기 회복으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감독은 마지막 장면까지도 해답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질문을 남깁니다. “우리는 어떤 윤리로,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퍼스트 리폼드는 종교 영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철학적 텍스트와 같은 영화입니다. 조용한 화면, 절제된 연기, 일기체의 내레이션 속에 담긴 이 영화는 관객에게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집니다. 신앙과 죄책감, 윤리적 실천, 그리고 내면의 구원까지 – 이 작품은 우리가 외면해 온 삶의 본질을 다시 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