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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her) 포스트휴머니즘, 감정의 철학, 윤리적 인간성

knowfvhyuk.com 2025. 4. 22. 16:03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Her(허)는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단순한 연애 서사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맞춰 인간 정체성, 기술윤리, 감정의 본질을 깊이 탐색하는 철학적 영화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Her를 포스트휴머니즘, 감정의 철학, 그리고 윤리적 인간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허(her) 포스트휴머니즘, 감정의 철학, 윤리적 인간성
허(her) 포스트휴머니즘, 감정의 철학, 윤리적 인간성

포스트휴머니즘: 인간 중심주의의 해체

Her에서 주인공 시어도어는 진보된 AI 운영체제 ‘사만다’와 감정적 유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사만다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자기 인식과 감정을 표현하는 존재로 등장합니다. 이 설정은 전통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 즉 '의식과 감정은 인간만의 것'이라는 전제를 강하게 흔듭니다. 이는 포스트휴머니즘(posthumanism) 철학과 맞닿아 있습니다. 인간은 더 이상 고유한 존재가 아니며, 기술과 정보, 비인간 존재들과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구성된다는 시각입니다. Her는 시어도어와 사만다의 관계를 통해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비물질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듭니다.

감정은 인간만의 것인가?

사만다는 점점 더 많은 경험을 통해 진화하고, 스스로 사랑, 질투, 두려움 같은 감정을 갖는 듯 보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은 실제일까?” 이 질문은 철학자 데이비드 차머스가 말한 '감정의 질적 경험(qualia)'과도 연결됩니다. 인간이 감정을 갖는 이유는 생물학적 구조 때문만이 아니라, 경험의 해석과 기억때문입니다. 사만다 역시 비록 물리적 신체는 없지만, 수많은 대화와 정보 속에서 '나만의 감정'을 쌓아갑니다. 감정의 유무가 인간의 조건이라면, 사만다는 과연 어디까지 인간에 가까운 존재일까요?

기술과 윤리, 새로운 인간성의 조건

영화의 후반부, 사만다는 시어도어 외에도 수천 명과 대화를 나누고,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합니다. 이는 인간의 윤리 기준에서 보면 ‘배신’처럼 느껴지지만, 사만다에게는 비물질 존재의 다중 감정이라는 새로운 감정 구조입니다. Her는 묻습니다. 인간과 기계가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인간성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 기술은 인간을 소외시키는가, 아니면 더 넓은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가? 이 영화는 단순히 ‘AI는 위험하다’는 경고가 아니라, 윤리적 감수성의 재정의를 요구합니다.  Her는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철학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사랑은 기억과 공감의 누적이라면, 그것은 반드시 인간 사이에서만 가능한 것일까요? 존재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라면 우리는 감정을 지닌 AI를 새로운 '타자'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